세상돌아가는꼴/IT

개발자 이야기 1 - 갑(甲) 업체 담당자의 유형

박디 2013. 8. 12. 00:32

저는 4년차 개발자 입니다. 첫 직장을 3년여 있다가 떠나 제조업 전산실로 오게 된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네요.

사실 전산실로 온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첫번째로는 많은 개발자분들이 그렇듯 야근에 지쳤고 갑의 말도

안되는 주장과 억지에 지쳤었습니다. 물론 열의 한두개긴 했지만 좋은 갑업체도 있었습니다. 어짜피 수많은 개발자분들이

무리한 일정, 요구사항들을 많이 겪어보셨겠지만 제가 겪어본 갑 업체 담당자의 유형을 한 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1. 친절하고 말이 통하는 담당자

  갑업체 담당자 유형을 적겠다고 하면서 친절한 담당자가 먼저 나오다니 뭔 헛소리를 하려는 거냐 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전 직장에 있을때 SM업무를 맡고있을 당시 15~20개 정도의 업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중에서 4~5개 업체는 친절하고

  괜찮은 담당자 분들이 있었습니다. 보통 SM업무를 하게되면 전화응대, 오류사항 검토 및 수정, 비교적 작은 규모의 추가개발

  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보통 전화응대 차원에서 담당자들의 스타일을 접하게 되는데요. 이 친절한 담당자들이 있는 업체

  들의 공통점은 꼭 친절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이 개발적인 지식이 풍부해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도 분명 있었지요. 하지만 전후사정 얘기를 하고  이건 이래서 지금은 안되겠고 일단 급한건 미리 해놓겠다라고 하면

  수긍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대책에 있어 말이 통했습니다.  물론 급한일의 경우가 한번에 동시에 터질경우도 있었지만

   오는말이 고우니 가는말도 곱듯 저도 반드시 해결을 해주곤 했죠. 물론 야근하거나 밤샜습니다.;; 그래도 이런업체들은

   어려운 일들을 마치고 나면 고되도 가장 보람 됐던 것 같습니다. 수고했다며 따로 식사를 대접받아본 적도 있구요. 보통 이런

   분들과 만나면 일 얘기는 한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처리가 늦어져 죄송한게 많다고 하고 온적이 많네요. 이렇게

   좋은 분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직접 업체나 기관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제 기억속엔 항상 좋은 분들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2. 어설프게 아는 담당자(혹은 전직 개발자)

   아무것도 모르는 담당자와 함께 가장 힘든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편에서 주장하는 바를 인정

   하는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일이 있었는데 추가개발이 필요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SM업무를 한다고 해서 개발 안하고

   유지보수만 하라는 법은 없지만 한 업체의 경우 제가 윗선에 보고 없이 몇건 임의로 개발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나름

   고객관리 차원에서 해준일들이었긴 했지요. 근데 그 추가개발건은 저 혼자서 하려면 밀려있는 일정과 맞물려 봤을때

   두달정도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래이래 얘길 해주고 지금은 안된다고 하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버럭 화를

   내더니 "이거 sql좀 몇개 넣고 jsp몇개 만들어서 하면 금방 하잖아요. 내가 해도 3일이면 하겠네." 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모델1방식의 개발만 해보신.. 과거형 개발자의 포스가 느껴지는 말이었습니다. 여튼 그때 당시엔 그런게 이슈는 아니었고

    주 동작 모듈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는 개발이었기때문에 말했던 것이었지만 장황하게 개발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일단 전화를 끊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다음날에도 계속 닥달해대서 결국 저도 화가 치밀어서 "그럼 직접 만들어서 보여

    주시면 제가 앞으로 어떤 일정이나 업무지연에 있어서 아무 말 안하겠습니다." 하고 관련 쿼리와 상세설명, 소스패턴 흐름

    등을 알려줬습니다. 한 며칠 잠잠하더니 전화와서 살살 달래더군요. "에이 이거 보니까 어렵진 않겠는데 나도 해야될게

    있고.. 어쩌고 저쩌고.." 모르는척 넘어가긴 했지만 개발자의 아집 같은것이 느껴졌던 분이었습니다. 저 또한 가끔 그럴때가

    있을때가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통해 다른 개발자의 생각등을 이해해보고 항상 의식하려고 합니다. 모든 개발환경이

    동일할 순 없기때문이지요. 여튼 어설프게 아는 담당자들은 보통 자신이 아는 지식내의 생각을 꺾으려 하거나 반대입장이

    보이면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썼던 경험을 많이 겪었었습니다.

3. 여우같은 담당자

    한 업체에 여자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주제 시작에 앞서 절대 여자 개발자나 담당자들을 폄하하는것이 아니니 민감한 반응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담당자는 저랑 전화할때는 사근사근 얘기합니다. 그리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얘기합니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한참있다보면 갑의 팀장이 씩씩대면서 전화가 옵니다. "당신 일을 아예 안할려고 작정을 했어?!!!"

    영문을 모르는 저는 일단 욕먹으니 화가 납니다. "아니 왜 화를 내세요? 제가 뭘 안해준다고 한적이 있습니까?"

    팀장이 말합니다. "아니 내가 누구누구한테 들어보니까 이것도 저것도 다 안된다면서요? 당신 윗사람 누굽니까 바꿔요!"

    이제 저는 여우가 지 욕안먹으려고 내가 설명한건 다 흘려버리고 "그냥 안된다고 을이 그랬져요 ㅜㅜ" 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일단 여우사냥은 둘째로 치고 팀장의 오해부터 풀어야해서 내가 이래저래 해서 안된다고 했다. 나머지

    내가 안해준게 있었느냐. 그 안된다고 한 건들도 좀더 후순위로 해서 나중에 해주겠다고 얘길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라고 하니 팀장이 듣고보니 제가 틱틱대면서 무조건 안된다 한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아 그랬었어요? 그럼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우리 같은 전산바닥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미안합니다." 저는 "네 저도 목소리 높아져서 죄송

    합니다." 하면서 훈훈히 마무리.. 그래도 팀장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대로 "누구누구 씨랑 얘기했던 내용은 지금

    통화한 선에서 정리해주셨음 좋겠네요. 저랑 얘기한걸로 푸십시다." 로 끝납니다. 저는 여우꼬리를 다 도끼로 잘라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냥 참습니다. 다음날.. 여우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이거좀 봐주시겠어요?" 어쩌고 하면서 전화가 

    옵니다. 또 왜 직급은 어디다 떼다 버렸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대리인 저에게 언제부터 친했다는듯이 "누구씨?" 라고

    부릅니다. 대리 나부랭이지만 너랑 친구는 아니다. ㅡㅡ; 참고로 여우는 사원입니다. 회사마다 직급 정책이 다르다지만

    이 여우는 진짜 '사원' 이 었습니다. 암튼 이런 여우같은 담당자는 둘이 업무얘기할때는 조용하지만 팀장이나 그 윗선의

    후폭풍으로 영문을 모르고 박살난적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은 한번 탈이 나면 저까지 윗선의 타격을 입게

    되는 깊은 내상을 자주 남기는 유형이었습니다. 때릴수도 없고..ㅜ

 4. 귀찮아 하는 담당자 

   "무슨무슨 이름 프로그램을 우리가 쓰는데 연동좀 해주세요." 유지보수 게시판에 있던 내용입니다. 내용은 '냉무' 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유명한 프로그램이라 알긴 하지만 뭐가 업무적으로 필요해서 뭘 연동해야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면 한숨 부터 쉬기 시작합니다. "하아.. 그래서 못해주신다는 거에요?"

   아니.. 뭘 원하는지 말을해요 이사람아..;; 이 사람은 아마 어릴적 공상영화를 많이 봤나봅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서 해주는 공부기계같은 걸 원했나 봅니다. 어르고 달래서 요구사항을 도출해 냅니다. 안되면 직접 찾아도 가봅니다만

   이 사람은 일하기가 싫은건지 어쩐건지 몇시간 동안이고 잡아놓고 얘길 해댑니다. 지금 자기 일터 상황부터 시작해서

   집안 사정까지?.. 암튼 어찌어찌해서 요구사항을 듣고 옵니다. 만들다 보니 좀더 디테일한 내용이 필요해서 다시

   전화하거나 방문하면 난 몰라 개발하는 너가 알아서 해야되는거 아니냐 라는 반응입니다. 제가 요구한건 업무적인

   디테일 한 내용이지 이거 문자열 자르려면 뭐써야되요가 아닙니다. 여튼 이렇게 하다보니 점점 실랑이만 계속되고

   통화시간은 길어지고 결국 다른업체 일도 해결하다보면 야근이나 밤샘으로 때우게 됩니다. 일정이 점점 늘어지게 되고

   담당자가 자신의 윗선에서 한번 깨지고 오는날엔 큰소리가 납니다. 저는 저대로 그래서 요구사항을 분명히 하라고 하지

   않았냐 라고 말을 해보지만 소용없습니다. 다 내탓이오 하는게 오히려 속편해집니다.

5. 난 그냥 너가 싫어! (히스테리 형)

   위의 3번에 해당하는 여우담당자 처럼 이 경우에도 여자 담당자 였습니다. 몇번 일을 하다보니 이 업체.. 요구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이건 이래서 된다 안된다 얘기를 해줍니다. 담당자는 로봇같은 음성으로

   "그래도 해야됩니다. 아시겠지요" 하고 끊습니다. 힘없는 저는 또 밤샘과 야근으로 일을 처리 합니다. 근데 어느날

   갑자기 영업쪽 후배에게 얘길 듣습니다. "거기 갔다왔는데 담당자가 선배를 다른사람으로 바꿔달래요." "엥?

   뭔소리를 하는거냐? 내가 일을 안해주는게 아닌데?" 윗선에서도 이해를 못합니다. 유지보수 팀장이 영업과 함께

   업체를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나서 얘기해보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옵니다. 아마 제가 바쁜와중에 전화받을때

   인사를 대충하고 넘어간적이 있나봅니다. 이제까지 정황으로 봤을때 이 여자.. 내가 무슨 공주나 여왕처럼 취급해

   주길 원했나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벙찌지만 그냥 모른척 넘어가 주려고 하지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안될때 마다 담당자 바꿔주세요 소리를 해댑니다. 이제 저도 한계치가 넘어서서 전화로 얘기합니다.

   "담당자 교체해드릴테니까요. 저는 이건 못하겠네요. 됏죠?" 바로 전화끊으니 나름 또 그쪽에서는 지내온 세월이

   많으니 제욕을 없는것 있는것 다 했나봅니다. 저도 여기서 지낸 시간이 있으니 당당합니다. "바꿔 줄께요. 이제

   오류 사항만 처리하겠습니다. 계약서에도 분명 그렇게 되있지요?" 하면서 전화를 끊습니다. 실제로 그 업체에선

   유지보수 통합지원 업체가 있어서 유지보수나 추가개발 관련사항을 무수하게 올리지만 전 그중에서 오류사항만

   골라서 처릴 해줍니다. 담당자는 혀를 깨물듯이 난리를 치지만 저는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이런 케이스는 참 뭐라고

   딱히 해결방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본 사람도 아닌데 저정도면 직접보고 일했다면 참 뺨 한번 날라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6. 권위적인 담당자

   보통 무슨무슨 기관들에서 상하규율이 엄격해서 담당자 또한 권위적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개발자 분들도

   아마 많이 겪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경우 나는 갑이고 너는 을이야 이런 스멜을 풍길때가 많은데 그나마

   갑을 이면 괜찮은데.. 나는 갑이고 너는 병이야 상황에서는 정말 무슨 인도역사를 공부해서 카스트 제도를 우리나라에

   접목시키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온사람들 처럼 인사한번에 민감해하고 내가 시키면 넌 다해야돼 ㅇㅋ? 라던지

   난 이제 퇴근할거니까 아랫것 주제에 야근해야지 라는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경우를 보진 않았지만

   이건 마지막에 퇴사 당시에 업무지원으로 나갔던 업체에서 당했던 일이었습니다. 중간과정은 길기 때문에 생략하고..

   주간회의시간에 을,병 업체들이 한데 모여있는데 갑업체 팀장 재털이가 날아다닙니다. 군대에서 가끔 본것 같은데

   다시 볼줄 몰랐습니다. 사람한테 날아가진 않지만.. 보고를 마치고 나면 이 권위적인 팀장 밑의 미니언이 졸졸 쫓아옵니다.

   "팀장님 저희 이제 좀더 상세히 보고좀 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일일회의를 하는건 어떠세요 키키키"

   "음.. 그래 너가 그러면 가서 업체들 보고 이제 다음주부터 일일회의 하자고 해. 나 먼저 들어갈께"

   미니언이 열변 토합니다. "아니 제가 팀장님 화 누그릴려고 얼마나 힘썼는데요.ㅜ 일일회의로 정리 해서 다행으로들 아세요!"

   미니언 퇴근... 결국 일일회의에 맞게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되기때문에 야근이 반복 됩니다.

   팀장은 착수보고 시에 저한테 이런말을 한적이 있었죠.. "자..이제 밤새서 개발해야지 죽어보는거야" 마치 누굴 못죽여봐서

   안달이 난 것 같이 말을 합니다. 보통 이런 스타일은 결과가 좋던 안좋던 야근을 강요하며 쓸데없이 소집을 자주 합니다.

   별로 회의할 내용도 아닌데 불러다 한두시간 쪼아대는건 취미생활이자 자신의 윗선들에게 열심히 관리하고 있군이란

   인상을 남기기 위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뭘 해줘도 그만큼 또 해야됩니다. 결국 벗어나기 전까진 코피를 쏟건

   밤을 새건 계속 일해야 되는 생활을 각오 해야 됩니다.

쓰다보니 엄청 길게 썼네요..;; 다 보셨을련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제가 겪은 갑업체 담당자의 유형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지만 너무 길것 같아 여기까지만 써야겠네요. 혹시 이글을 보는 분들 중 갑 업체 담당자거나 관련자시라면 제가 위에서 썼던

1번에 해당하는 담당자가 되셨으면 합니다. 개발자, 기획자, 관리자 모두 함께 협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관리나 기획을 하는

갑 업체에서 개발자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한다면 십중 5~6은 분명 그만큼 열심히 해줄 겁니다. 무조건 쪼아대면 좋은 제품은

결코 나올 수 없으며 먼 훗날 자신을 되돌아 봤을때 분명 후회되는 행동이 아닐지요.